오늘 날씨는 어떨려나, 이른 새벽 잠에서 깬 농부에게는 자기의 건강보다 농사를 위한 날씨가 우선이 되었다.
“내일은 고추 모종을 해야 하는데 비가 좀 내려 주면 좋을 텐데....., 날이 좋아야 곡식이 잘 영그는데.....”
설, 명절이면 찾아 오는 아들, 딸을 위해 애써 수확한 농산물을 바리바리 싸 차에 실어주고, 모처럼 만난 손주를 위해 옥수수, 고구마를 쌂아 “이건 할머니 할아버지가 농약도 안 치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거야”라며 손주 입에 넣어 줄때 맛나게 먹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년내내 땀 흘리며 고생한 것을 한꺼번에 씻어 버릴 수 있는 것이 농부의 마음이다.
얼마전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었다.
명절연휴가 끝나면 고향을 정을 담아 상경하는 차량 행렬에 지쳐 잠시 휴게소에 들리게 되었는데, 쓰레기통옆에 보따리가 여러개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누가 쓰레기를 이렇게 보자기에 잘 싸서 버렸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보따리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간혹 고향 부모님이 자식을 위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바리바리 싸서 차에 실어주면, 그들은 “냉장고도 좁은데 이걸 어디다 보관해,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필요한 만큼 살수 있는데”라고 투덜대며, 무겁고 보관할 곳이 없다는 이유로 휴게소 쓰레기통옆에 보따리를 내려 놓고 간다는 것이다.
한 농부가 이런 얘기를 하며 김장 준비로 무우를 잘게 썰어 실로 묶어 처마에 매달고 있는데 “뭐하러 이런 고생을 해, 시장에 가면 몇 만원만 주면 살 수 있는건데”라며 말한 이웃 주민에게 “어떻게 농산물을 돈으로 계산하려 하느냐”며 호되게 일격을 가한 것이 아직 나의 귓전에 생생하게 맴돌고 있다.
농산물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거구나
농산물에는 일년 내내 땀 흘리며 멀리 있는 자녀들의 입속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며 기뻐하는 농부의 사랑이 들어 있구나
오늘 아침을 먹으며 “이건 할아버지 할머니가 우리를 위해 힘들게 농사지은 거야”라는 말에 한 톨의 밥알도 남기지 않고 맛나게 먹은 아들이 너무나 대견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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