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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임즈 2018-01-10 10:09 1128 hits
【독자투고】중요한 것은 자세히 보아야 한다

20세기 대표적인 근대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1886. 3. 27. ~ 1969. 8. 17.)가 남긴 명언 중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란 말로 건축물의 단순미를 강조했던 말이 있다.

이는 독일 속담인 ‘The devils in the details’ 를 변형 한 말로 ‘중요한 것은 자세히 보아야 한다’ 로 해석되고 있으며 건축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문장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형화재로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 1971년 발생 226명의 사상자를 낸 대연각호텔 화재, 1999년 127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호프집 화재, 멀리 갈 것도 없이 29명의 사망자와 다수의 부상자를 발생시켜 2017년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국내 모 언론사에서 지난 4일과 5일 양일간 서울 중구‧양천구 및 강서구 일대 시민 50여명을 대상으로 “평소 비상구가 어디인지 파악하는 습관이 있는가?” 라고 물어본 결과 “있다.” 라는 응답자는 18%인 9명에 불과하였다.

반면, 응답자 중 48명(96%)은 “비상구 파악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라고 답해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실행에는 옮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특성은 이번 제천 화재 참사 당시 3층(남탕)과 2층(여탕)의 피해 결과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3층에는 건물의 구조를 잘 알고 있던 이발사 등 직원 3명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은 침착하게 대피하여 단 1명의 인명피해도 없었지만, 2층 사우나에서는 화재를 통보해 줄 직원과 피난을 유도해 줄 직원이 사실상 없었다.

또한, 피난로는 내부 인테리어 목적으로 설치된 수개의 유리벽과 장애물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으며 비상구도 창고와 철제 선반으로 가려져 있어 사실상 비상구의 존재를 파악하기 어려워 29명이 안타깝게 숨지고 말았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비상구와 관련된 제도는 어떠할까?

「건축법」 제49조에 따라 출입구(비상구) 등 피난시설을 설치하도록 되어있으며, 특히 목욕장업은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9조에 따라 비상구를 2개소 이상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비상구에 피난구유도등을 설치하여 비상구의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비상구의 유지 및 관리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의무를 부과하여 기능을 상실토록 하는 각종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소방시설 등의 자체점검(같은 법률 제25조)을 통해 주기적으로 관계인이 확인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7년 12월 22일부터 28일까지 서울시내 319곳의 사우나·찜질방을 대상으로 불시 소방특별조사를 결과 319곳 중 120곳(37.6%)에서 330건의 소방법규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특히 비상구로 나가는 피난통로에 장애물을 방치하거나 합판을 설치해 화재 시 대피가 어려운 경우가 38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증막이나 탈의실에 피난구유도등을 설치하지 않은 곳도 수두룩했다. 제천 스포츠센터의 판박이인 셈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안전을 규제하는 제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은 갖춰져 있지만, 경제논리에 현혹되어 안전보다는 편의로 향하는 어리석은 영리함 앞에 안전을 타협한 것이다.

또한, 안전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도 문제다. 내가 불편하고 손해가 되면 안전은 불필요하고 형식적인 제도가 되고, 내가 피해 당사자가 되면 현 제도와 기술적 허점을 탓하는 자기중심적인 마음이 그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규제강화, 신기술도입 등 제도나 기술만으로 성과를 기대하면 안된다. 보다 근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안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가장 선행되어야 할 가치인 것 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평소에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여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에서 안전을 찾아야 한다.

값비싼 재료나 최신기술, 고차원 시스템이 당신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가는 건물의 비상구, 복도, 계단 등의 피난시설을 확인하기 바란다. 비상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개방 여부, 장애물 적치 유무를 확인하자.

이번 제천 화재로 목욕탕 이용객이 평소보다 크게 줄었다고 한다.

국민들의 불안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결과이다. 이 마음이 단지 해당 업소에 대한 기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심과 확인을 통해 우리의 안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비상구는 생명의 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제는 중요한 것부터 자세히 보아야 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여야 하겠다.
경북 영주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이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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